
현장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
공급망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반복되는 장면이 있습니다. 1차 협력사 목록은 표로 정리되어 있고 평가 등급과 납기 실적까지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부품의 원재료는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면 답이 멈춥니다. 1차 협력사에 물어보겠다는 답이 돌아오고, 회의는 다음 안건으로 넘어갑니다.
문제는 이 멈춤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맥킨지가 2025년 12월에 공개한 공급망 리스크 조사에서 1차 협력사의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다는 응답은 95%였지만, 2차 이하 협력사까지 가시성이 있다는 응답은 42%였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2차 협력사를 매핑했다는 응답은 58%였고, 매핑을 마친 기업 가운데서도 절반 이하만 하위 협력사와 직접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응답자 집단에서 1차는 95%, 2차 이하는 42%였다는 것은 가시성이 거리에 따라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점에서 한 번 끊긴다는 뜻입니다.
왜 1차에서 한 번 끊기는가
끊기는 지점은 대개 시스템의 설계 경계와 겹칩니다. 구매 시스템은 발주 관계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발주가 없는 기업은 아무리 중요한 소재를 공급하더라도 데이터에 기록될 자리가 없습니다. 2차 이하 협력사는 대부분 이 경계 밖에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정보를 가진 쪽의 이해관계입니다. 1차 협력사에게 하위 공급망 명단은 교섭력의 일부입니다. 공개를 요구하면 계약 조건의 문제로 번지고, 요구하지 않으면 그대로 비어 있습니다. 더 현실적인 사정도 있습니다. 1차 협력사 자신도 자기 상위 공급망을 끝까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더해 하위 티어를 맡을 조직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도 겹칩니다. 1차 협력사 관리는 구매 부서의 업무로 정해져 있지만, 2차 이하는 품질·생산·구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당이 흐릿한 업무는 질문이 나올 때만 잠깐 올라오고 다시 가라앉습니다.
세 번째는 데이터의 나이입니다. 하위 티어 정보는 대부분 자가 보고로 수집되며, 한 번 받아 둔 뒤 갱신되지 않은 채 쌓입니다. 명단은 존재하지만 지금 상태를 말해 주지 않는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최근 몇 년간 반복된 원자재 수출 통제 국면에서 실제로 생산을 멈춘 원인이 1차 협력사의 실패가 아니라 몇 단계 아래 정련·가공 단계에 있었다는 점도 같은 구조를 보여 줍니다.
숫자를 지금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42%라는 숫자는 두 가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아직 절반 이상이 하위 티어를 보지 못한다는 경고로 읽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몇 년간 떨어지던 가시성이 다시 올라왔다는 신호로 읽는 방식입니다. 조사 기관은 이 수치를 수년간의 하락 뒤에 나타난 반전으로 설명합니다.
또 하나 짚어 둘 점은 가시성과 통제력이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하위 협력사의 이름과 소재지를 파악했다고 해서 그 단계의 생산 중단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핑을 마친 기업 가운데서도 하위 협력사와 직접 연락을 유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과는, 명단이 곧 대응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매핑 완료율 자체를 성과 지표로 잡은 조직이 한 해 뒤 같은 질문 앞에서 다시 멈추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숫자를 조직 내부의 목표치로 옮길 때의 태도입니다. 2차 협력사 전체를 매핑한다는 목표는 대개 중간에 멈춥니다. 명단의 길이가 아니라 생산이 멈추는 경로를 기준으로 범위를 좁힌 경우에만 끝까지 굴러갑니다. 핵심 제품 한두 개를 골라 그 제품이 멈추는 경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 보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점입니다. 관련 리스크 점검 사례는 공급망 RISK 글 모음에서 이어집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하면 되는가
매핑의 목적을 명단 확보가 아니라 대체 가능성 확인으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2차 협력사의 이름을 알아낸 것 자체는 리스크를 줄이지 않습니다. 그 단계가 멈추면 며칠 안에 대체할 수 있는지, 대체 공급원이 같은 지역에 몰려 있지는 않은지를 확인할 때 비로소 의사결정에 쓰일 자료가 됩니다.
다음으로는 정보를 받는 통로를 계약 안으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하위 협력사 정보를 선의로 요청하는 구조에서는 갱신이 멈춥니다.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에 주요 품목의 하위 공급원 고지 조항을 넣고, 변경이 생겼을 때 알리는 의무를 함께 두는 방식이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접근입니다. 조직의 가시성을 95%와 42% 사이 어디에 둘지는 결국 이 조항 한 줄에서 갈립니다.
#공급망가시성 #2차협력사 #하위티어매핑 #공급망리스크 #협력사관리 #SCM #공급망관리
참고 자료
- McKinsey & Company, Supply chain risk pulse 2025
- JAGGAER, Why Supply Chain Visibility Breaks Down Beyond Tier 1 in 2026
- Log-hub, Most Supply Chains Still Go Dark Below Tier 1
본 글은 공개된 조사 자료를 정리한 참고 자료이며 특정 기업의 리스크 수준이나 결과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무역과 공급망 관리 실무를 다루는 트레이드매트릭스입니다. 현장에서 실제로 부딪히는 문제를 법령과 공개 데이터로 확인해 정리합니다.
문의: leeswonder@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