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트레이드매트릭스입니다.
2020년 10월 15일, 부산고등법원은 1심에서 이긴 선사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한 줄이었어요. 인도할 날로부터 1년이 지났다는 것이죠. 그런데 2022년 12월 1일 대법원은 이 판단을 뒤집었습니다. 같은 청구서, 같은 1년인데 어디서부터 세느냐에 따라 결론이 정반대가 된 사건입니다.

사건의 뼈대: 베트남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
사건번호는 2020다280685입니다. 원고는 대만 컨테이너선사, 피고는 국내 운송주선인(포워더)이었어요. 2017년 1월 계약으로 광양에서 호찌민으로 화물이 운송됐는데, 피고가 화물을 찾아가지도 컨테이너를 반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사이 호찌민 현지에서 컨테이너 초과사용료와 터미널 보관료가 매일 쌓였죠.
컨테이너가 항구에 머무는 동안 요금은 하루도 멈추지 않았어요. 선사는 2019년 2월 12일 소를 냈습니다. 계약 후 2년이 지난 시점이었어요. 이 간격이 훗날 쟁점의 씨앗이 됩니다. 1심(부산지법, 2020년 1월 8일)은 선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상법 제814조 제1항을 끌어와 청구를 모두 막았어요.
쟁점: 1년은 어느 날짜부터 세는가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채권·채무가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안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정합니다. 합의로 연장도 가능해요.
2심의 계산은 단순했어요. 인도할 날을 기준일로 박아 두고, 소 제기 시점에 이미 1년이 훌쩍 지났으니 지체료 전체가 소멸했다는 논리입니다.
“제척기간은 적어도 권리가 발생하였음을 전제하는 것.” 아직 생기지도 않은 권리를 기간 경과로 없앨 수는 없다는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컨테이너를 반납하지 않는 매일이 새로운 채무불이행이고, 그날그날 새 손해가 생긴다고 보았어요. 따라서 각 채권은 발생한 날부터 따로 1년이 흐릅니다. 소 제기일 기준으로 거꾸로 1년 안에 발생한 부분은 살아 있고, 그보다 오래된 부분만 소멸한다는 구조예요. 법률신문 판례해설에서도 이 점이 핵심 판시로 소개됩니다.

이 판결이 화주에게 주는 계산 방식
숫자로 보면 차이가 선명해집니다.
가정 사례로 계산해 볼게요. 일일 요율이 100달러이고 방치가 400일 이어졌다고 해 봅시다. 소 제기일 기준 최근 365일에 발생한 36,500달러는 청구 가능하고, 그 이전 35일분 3,500달러는 소멸 대상입니다. 2심 논리라면 40,000달러 전부가 사라지겠지만, 지금의 법리에서는 이렇게 쪼개집니다.
화주나 포워더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에요. 오래 방치할수록 방어선이 높아지기는커녕, 최근 1년치는 계속 청구 대상으로 남기 때문입니다. 반면 선사에게는 장기 체화 화물의 회수 가능성이 열렸고요. 사건을 해설한 최용철 연구에서도 결과에는 찬성하되, 짧은 기간을 운송인 채권에까지 적용하는 법 자체에는 아쉬움을 표합니다.
한 가지 더 있어요. 해양한국이 소개한 별개의 대법원 사안은 제814조의 기간 이익을 만료 후에 포기할 수 있다고 봤어요. 청구 상대방이 “기간 연장해 드릴게요” 같은 회신을 남겼다면 방어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노선이라면 한 겹 더: 46 CFR Part 541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 규정은 국내법과 별도로 청구서 자체의 요건을 정합니다. §541.7은 요금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날부터 30일 안에 청구서를 발행하지 않으면 청구 상대방이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541.5는 필수 기재사항이 하나라도 빠지면 해당 요금의 지급 의무가 사라진다고 규정하고요. §541.8은 청구서 발행일부터 최소 30일간 감액·환급·면제를 요청할 수 있게 보장합니다.
2025년 9월 23일 미 항소법원(D.C. 순회)은 청구 상대방을 제한한 §541.4만 무효로 했고, FMC는 나머지 규정이 그대로 효력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eCFR 현행 본문에서 §541.4는 [Reserved]로 표시돼요.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항변은 힘이 약해졌지만, 기한과 기재사항을 따지는 방어는 남았습니다.
한 가지 선을 그어 둘게요. 이 사건은 대만 선사와 한국 포워더 사이의 호찌민 노선이라, FMC 규정은 적용 대상이 아니었어요. 판결 내용을 미국 화물에 그대로 옮겨 읽으면 안 됩니다. 미국 노선 화물에만 해당하는 별도 장치로 보시면 됩니다.
청구서를 받으면 이 순서로
지체료 청구서를 받은 날, 담당자가 가장 먼저 열어 볼 것은 요율표가 아니고 날짜 목록입니다. 세 가지만 확인해도 방어 가능한 구간이 보여요.
□ 요금별 발생 시작일과 종료일을 일 단위로 분해했는가
□ 가장 오래된 발생일이 소 제기 예상일 1년 전보다 앞서는가
□ 미국 노선이면 마지막 발생일부터 청구서 발행일까지 30일을 넘었는가
반출 일정이 밀리는 원인은 수출입 실무 카테고리에서 먼저 점검해 보세요.
이 사건이 보여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며칠 늦었을 뿐”이라는 감각이 위험하다는 점이에요. 지체료는 매일 새 채권으로 쌓이고, 법원은 그 하루하루를 따로 계산합니다. 청구서에 찍힌 총액을 한 덩어리로 받아들이면 방어할 수 있는 구간까지 같이 내게 돼요. 포워더가 선사 청구서를 그대로 전달했다면, 전달 시점의 날짜도 함께 기록해 두세요.
청구서가 오면 금액보다 날짜 열부터 읽는 편이 좋습니다. 날짜별로 쪼갠 표 하나가 협상의 출발점이고, 기간을 연장하자는 제안에 응하기 전에는 법무 검토를 한 번 거치는 습관이 비용을 지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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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법률신문, 컨테이너 초과 사용료 및 터미널 보관료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연구
- 현대해양, 운송인의 장기 체화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제척기간은 언제부터 개시되는가
- LawWave,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권리가 소멸한다?
- eCFR, 46 CFR Part 541
- FMC, U.S. Court of Appeals Issues Decision on Demurrage and Detention Billing Practi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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